안녕하세요. 서연입니다. 다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다들 걱정해 주신 덕분에 코로나 완쾌까지는 아니지만 몸이 제법 가벼워졌답니다. 일주일 동안 잘 먹고 잘 쉬었으니 염려 마세요!
손 떨면서 첫 메일링 서비스를 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꽤 지났답니다. 여러분이 써 주신 답장도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들국화에 빠지셨다는 분, 메일을 기다리겠다는 사회 초년생 분 등등. 대부분 기다리겠다는 답장이 많아 또 컴퓨터를 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답장 읽는 맛에 메일을 자주 쓸 거 같아요.
이제 정말 가을이 오긴 하나 봅니다. 처서 매직이라고 하죠? 절기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지금도 창문을 반쯤 열고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여름이 끝난 것만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이번 여름 정말 더웠습니다. 유독 저는 이번 여름에 나갈 일이 많이 생겨서 밖에 있는 시간이 잦았는데 햇빛 싫어 인간으로서 제법 힘든 여름을 보냈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름을 참 좋아해요. 앞뒤가 안 맞지만 애증의 관계라고 해둡시다. 여러분은 어떤 계절이 가장 좋으신가요?
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별 거 없습니다. 청춘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어서 가장 좋아해요. 동복보다는 하복, 목도리보다는 선풍기와 함께 해야 젊음의 맛이 느껴진달까요... 청춘, 낭만은 유독 여름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더 좋은 말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제 어휘력은 여기까지인 듯하네요.. 허허 저는 미디어에 담긴 여름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영화를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꼭 여름날의 청춘을 그려보고 싶어요. 장르는 로맨스가 좋겠어요. 근데 요새 여름이 말도 안 되게 더워서 아름다운 모습이 담길는지는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참 문제입니다..
최근에 러닝타임이 길어 엄두조차 못 내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어요. 2시간 50분 동안 '이걸 왜 지금 봤지!'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봤답니다. 평소에 SF 장르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SF물에 빠졌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광활하고 심오한 우주 속에서도 결국 인류는 '사랑'을 택한다는 이유에서 SF 장르물이 좋아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인터스텔라>도 '모든 시련을 관통하는 사랑'이 주제여서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는 상대성 이론이니 블랙홀이니 테서렉트니 뭐니 복잡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모두가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지만 결국 모두를 구원한 것은 사랑이거든요. 사랑이야말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을 이어주는 유일한 현상 아닐까요? 때문에 저는 사랑을 구원이라 믿습니다. 늘 사랑을 안고 살아갈 거예요. 여전히 인간이 너무 싫지만 나의 어떤 결핍은 인간이 아니고서야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해 버렸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한 줄 평을 '우린 답을 찾았고, 그건 사랑이라는 거야.'로 정했습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상냥한 건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저에 인간을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공존해야 다정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다정함은 때로 무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요새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너무 미워만 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참 안 좋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저는 더 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은데 미워하는 데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우리가 사랑을 안고 살아간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언제쯤 올까요?
마지막엔 설교만 늘어놓다니 참으로 바보 같군요.. 아무튼 여러분 사랑하며 사세요! 좋은 게 좋은 거다 마인드! 다음 편지가 전해질 때까지 부디 무사히 잘 지내시고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정리되지 않은 여러 걱정들과 무거운 짐이 훌훌 날아가버릴 매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평온하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그럼 또 안녕히! |